포닥을 처음 시작할때 여기서 나만의 어떤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배워보리라는 의욕에 부풀어 있었는데 그것도 몇달 가지 않아 얼마전에 불현듯 ‘난 해도 안될거야’라는 생각이 불쑥 치고 들어왔다. 외적으로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 단지 그 생각만으로 나는 갑자기 상당한 의욕을 잃어버렸다. 벌써 지난주와 이번주에 한 일의 양이 크게 차이가 난다.

겉으로 보이는 사건이 별로 없는 연구자의 삶에서 이런 정신적 변화 혹은 낙담은 커다란 평지풍파를 일으킨다. 어떤 면에서는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다. 박사과정 때 이미 숱하게 경험해본 것인데 그래서 새로울 것은 없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한참동안 잊고 있었던 그놈이 다시 나타났다는 점에서 내마음은, 조금, 타격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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