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에 1월에 클리닉에 처음 전화를 했다고 썼는데 –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별로 한 게 없다. 하아. 참으로 일관되게 실행력이라고는 없는 나…. 그마저 과정 기록하는 것조차 귀찮아 미뤄왔다만, 날받고 각잡아 적으려 하면 영영 못 적을 것 같아 일단 생각나는대로 써본다.


2월 중순-4월 중순: K 클리닉에 방문해 상담을 했고 거기서 시키는 fertility work-up 검사를 2월말-3월초에 걸쳐 다 했다 (HSN, endometrial biopsy, genetic carrier screening, semen analysis, DNA fragmentation test, and all sorts of bloodwork). 다른 클리닉에 비해 검사를 정말 샅샅이 한다는 느낌이었는데 나는 이런 접근이 마음에 들긴 했다. 다만 이 클리닉이 내 보험을 받지 않아 중간에 빌이 한 만불정도 나왔고 – 정확히는 빌이 아니고 내 보험사에서 보낸 EOB였음 – 미국 의료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얼마나 패닉을 했는지, 말로 다 못한다 (결국에는 아무것도 아니게 해결됨). 이건 나중에 따로 써보기로. 아무튼 검사결과상으론 자궁 맨 위쪽에 폴립 작은게 있어서 떼어내야 하는 것 빼곤 별다른 이상이 없고, 여기서 했던 AMH가 2.0이 넘게 나와 의사는 상당히 자신있어했다. 참고로 난포는 당시 3월 첫 검진때는 11개가 보였고 그 뒤에 한달 뒤쯤 했을때는 4개가 보였음.. 우여곡절 끝에 결과적으로는 이 클리닉에서 안하기로 했는데 그 이유는 이 병원이 in-network가 아니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사실 이 점은 좀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데, in-network은 아니지만 사실상 내 보험으로 커버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병원이 빌링을 *안*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는 in-network에 비해 돈을 더 내지 않는다. 전체 견적을 받았을때 오히려 내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다른 병원보다 심지어 조금 더 저렴했음. 하지만 클리닉이 out-of-network라는 점이 심리적으로 너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결국은 바보스럽게도 여기서 안하기로 결정함 (그때 만불짜리 청구서를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아서 다시 이런 경험을 또 할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 안하기로 한 이유는 몇가지가 더 있는데.. 먼저 여기서 측정한 AMH가 정확한 값이 아니었고 그래서 의사의 소견을 믿기 힘들다는 점, 의사가 fresh transfer를 하지 않는다는 점 (내 AMH가 생각보다 낮았다는 걸 알았어도 그랬을지는 모르겠음), 그리고 의사가 약간의 쇼맨십/허풍(좋게 말하면 주관과 자신감…?)이 있어보인다는 점이었다. 특히 마지막은 예민한 남편이 싫어했음. 내 입장에서는, 다른 것보다 fresh transfer를 안한다는게 큰 리스크로 느껴졌던 것 같다. 아무튼 이 클리닉에 관한 경험은 나중에 좀 따로 쓰기로. 마지막 discussion appointment가 4월 중순에 그렇게 끝났다.

4월 중순: K 클리닉이랑 진행하면서 혹시 몰라 C 클리닉에서 가장 리뷰가 좋은 의사 중 한 명에게 예약을 미리 해뒀었는데, 결과적으로 K 클리닉과 그렇고 그렇게 되어서 4월 중순에 C 클리닉 의사를 만나게 됐다. 여기 의사는 일단 굉장히 말이 빨라서 알아듣기가 좀 힘들었는데 전체적으로 K 클리닉 의사보다는 사람이 좀더 수수하고 학구적이랄까, 그리고 자기 주관이 좀 덜 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예를 들어 내가 low dosage stim에 대해서 물어보면, ‘low dose가 더 좋다는 과학적 증거는 다. 하지만 원하면 해주겠다’ 라고 말하는 식. fresh transfer나 PGT-A에 대해서도 대체로 비슷했다. 이 사람 역시 AMH 2.0이 넘으면 나이에 비해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걱정 안해도 된다고 했지만, 막상 ultrasound를 해보니 난포가 4개밖에 안보이는걸 보고 your AMH is likely to be much lower라고 함. 그날 다시 피검사를 했는데 역시 예상대로 0.7 정도가 나왔다. 작년 가을에 한국에서 한 것과 똑같은 수치.. 그래서 굉장히 속상했는데… 한편으론 어떻게 된건지 이해가 너무 안되었다. K에서 했던 AMH도 자체적으로 한게 아니고 Labcorp에 보내서 한건데 Labcorp 정도면 샘플의 숫자는 엄청나게 클 것이고 왜 그렇게 말도 안되는 수치가 나왔던 것인지? 정말 믿고 싶은 수치였는데.. 아무튼.. AMH의 진실은 무엇이든지간에 중요한건 난포의 갯수고, 그게 4개니까… 4개..니까… 정말 힘든 과정이 되겠다 생각하면서. 또 그때 하필 남편이 잡 인터뷰를 보는 족족 떨어져서. 4월말과 5월초는 정말 힘들게 보냈다. 회사일도 정말 바빴고. (사실 회사일이 바쁜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랐다. 차라리 일을 할땐 진통제라도 먹은 것 같은 기분이더라고).

그리고 이제ㅡ

푸릇하고 습습한 6월 중순이다. K 클리닉은 소규모 클리닉이라 사실 바로 5월부터 사이클 진행이 된다고 했었는데 (그 말 듣고 조금 무서웠었다.. 나란 인간아..), C 클리닉은 환자가 많다보니 7월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그동안 그냥 별거없이 기다리기만 했다 (좋았다). 하지만 6월의 생리가 시작되면 사이클이 사실상 ‘시작’인데, 우선 nurse가 필요한 약 리스트를 보내주고 내가 pharmacy를 정해서 알려주면 거기로 order를 보낸다. 이 과정부터가 쉽지 않은데 일일이 그 약국들에 다 전화해서 가격 quote를 받아야 함…ㅜㅜㅜ 전화와 숫자가 다 싫은 나는 전화로 숫자를 얘기해야 하는 이런 과정들이 매우 고통스럽다. 한편 이걸 하다보니까 닥터랑 프로토콜을 제대로 상의를 안했다는 생각에 미쳐서, 정확한 프로토콜과 폴립 제거 일정, 나팔관 상태 등등하여 7월 초에 진료를 다시 잡을 생각이다. 그리고.. HSG를 다시 한번 해야 할 것 같음 ㅠ_ㅠ 이번 3월에 한 HSN에서 나팔관이 양쪽 다 막혔다는 소견이 나왔는데 이걸 가지고 의사한테 물어보니 HSG를 그럼 다시 한번 해보자고 해서 이걸 또 하게 됐다 (젠장!! 악!!!!) 하지만 확실하게 알아보고 확실하게 절망하는게 나으니까… 하라면 해야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절망을 하리라.. 요약하자면 work-up 검사를 한 병원과 프로토콜 진행하는 병원이 좀 달라서 약간 타이밍이 꼬이는 감이 있다는 것.

요즘은 원치않는 전화통화와 레딧 글들에 파묻혀, 가끔 PIO 샷 바늘 굵기를 검색해보고 무서워하며 그렇게 지내고 있다. 그래도 시도라도 해볼 수 있는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겠지. 내일은 pharmacy를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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